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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배
  지리산 청학동 수행기 11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식당 앞으로 가 있었다.

식당 안에서 사람들이 은어회와 막걸리를 먹고 있었다.

 

나는 단식 11일을 하고 죽을 먹은 지 3일 밖에 안되어 있으니

은어회와 막걸리를 먹으면 절대로 아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걸 알고서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들어가 은어회 한 접시와 막걸리 한 병을 시켜서

꿀꺽해 버리게 됐다.

 

어찌나 맛이 좋던지 단박에 술에 취해버렸다.

겨우 열차에는 올라탔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생겼다.

십여 분도 안되어 구역질이 마구 일어나기 시작했다.

 

비틀 비틀 열차 난간으로 나가 달리는 열차의

난간을 양손으로 붙들고 토하기 시작했다.

속이 뒤집혀 올라오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마구 토했다.

 

,

그런데 달리는 열차의 난간을 붙들고 토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들어보면 아름다운 푸르디푸른 섬진강은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푸른 섬진강은

초록색 산과 하얀 백사장사이로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별일도 아닌데 여기 기술하는 이유는,

십 여년도 더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함에서다.

(이제 바로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나는 다시 지리산으로 향했다.

과연 영신봉 밑 청학동에 김노인이 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8. 靈神臺에 들어감

 

 

서울에 돌아와 학교생활을 하고 있던

나는 그때 세석평전에서의 일들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특히 그 이상한 분이 나에게 비아냥거리듯이 하던 말들도

한마디도 빠짐없이 나의 뇌리에서 맴돌고있었다.

 

달마 역근경도 우습게 보고

국선도도 유치원애들 수준으로나 여기고

仙家의 단식이 어쩌네 하는 이야기들이 하도 궁금해서,

배낭을 단단히 챙겨놓고는 오로지 기말고사가

끝나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험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구례행 야간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잠깐, 그런데 내가 영신대에 들어가서부터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 많이 펼쳐집니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해도 될라나 하고 망설였습니다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공개를 해도 괜찮을 것 같군요.

 

지금이야 ''이니 ''''이니 하는 말들이 많이 선전돼서

그리 거부감 없이 들리지만 그 당시 17, 8년전만 해도

아주 생소하고 괴상한 것으로들 생각했지요.

심지어 老子 莊子등의 道學을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수련,

수행적인 면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르고 거부하고 있었지요.

 

또 내가 당시에 침묵을 지켰야 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지요.

내가 처음 금양자로부터 '一中'의 현시를 받고

존경하던 교수님께 이야기했을 때, 교수님께서도 무척 감개무량하셨습니다만,

그 흥분되는 큰 사건을 집에 와서 부모님들에게

자랑스레 고하였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버지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만 보셨는데, 어머님은 깜짝 놀라셨지요.

어머님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셨어요.

"어이구, 내 아들 산에 미쳐 돌아다니더니.

어이구, 마귀에 홀렸구나 ! 주여! 주여 !! 믿습니다 !"

 

그 날로 어머니는 우리교회 목사를 데려와

나에게 안수기도를 받게 하시고 야단법석을 떠셨는데,

아이쿠, 지금 생각하면 아주 우습지요. 그래도 지금은 내가 워낙 이해를 시켜놔서 안 그렇지만 . ... . .

 

아마 그때 아버님도 아무 말도 안하시고

물끄러미 쳐다보시기만 했지만 아마 속마음은 어머님과 마찬가지였을거에요.

그래서 나는 그때 생각하기를 '이거 아무한테나 얘기하면 안되겠구나.

잘못하면 정신병원 갈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靈神臺에 조그만 초옥을 김선배와 함께 짓고,

그 후에 같은 과 친구 녀석들을 데리고

몇 번 지리산 등반을 하여 자랑삼아 거기에 데려간 적이 있어요.

내가 하도 미친놈처럼 지리산에 달려가니까 이 녀석들이 궁금하여 따라온 것이지요.

 

지금 충남대에 김모 교수 연세대에 이모교수 모 신학대학의 박모 교수 등이

그때 나를 따라 영신대의 나의 별장을 가 본 녀석들이지요.

그러나 나는 그 녀석들한테도 내가 목격했던 여러 사건들을 얘기하지 않았지요.

암만 친한 녀석들이긴 해도 그런 얘기들을 했을 때,

자신과 사고방식이 다를 땐, 이해하지도 못할뿐더러 혹 나를 이상하게

보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우리 어머니한테 호되게 당했으니까.

하 하 하 .....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는

그때 이후 최초로 발설하는 것이지요.))

 

영신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석평전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지도에서 세석평전의 직통코스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세석산장으로 올라갔다.

 

구례 역에 새벽에 도착한 나는

버스를 타고 곧장 섬진강을 따라

화개에 도착하여 내린 후 다시 버스를 갈아탔다.

 

시골버스로 雙鷄寺입구에서 내렸다.

여기서 등산로 입구인 의신부락까지는 8키로 인데

버스가 뜸하기 때문에 걸어서 의신까지 들어갔다.

 

물론 중간에서 막걸리 몇 사발을 사먹고

산을 오르는 중에 날이 너무 덥고 땀이 비오듯했으므로

중간에 계곡에서 점심을 해먹고

폭포 속에 풍덩 들어가기도 하였다.

 

계곡의 물이 아주 차가웠다.

한참을 물 속에서 놀다가 나와 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다.

등산객은 거의가 아니라 전혀 없었으므로 팬티만 입고 놀아도 무방하였다.

(사실은 벗고 놀았어요)

 

배낭에 온갖 살림살이가 다 들어있어 지고 올라가기도 힘이 들어서

등산하는 도중에 계곡 옆에 텐트를 치고 다음날등산을 하기로 하였다.

 

계곡 옆에 반반하게 탠트칠 장소가 있어서

거기에 텐트를 치고 저녁을 지어먹었다.

 

단전호흡을 하다가 날이 어두워 잠이 들었다.

곤히 잠이 들었었는데 기분이 이상한 것 같아 잠을 깼다.

아니, 이런 텐트에 물이 차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발쪽은 이미 물에 잠겼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이지경이 되도록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다니

후닥닥 일어나 아무렇게나 배낭을 챙기고 텐트를 걷었다.

 

비를 홀딱 맞으면서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운데

이 상황에서 어디로 갈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조금 위쪽으로 피신하여

배낭이 비에 젖지 않게 텐트로 감싸주고

나는 판초를 뒤집어쓴 채 바위 옆에

쪼그리고 앉아 날을 지새웠다.

 

판초를 뒤집어썼어도 그 와중에 홀딱 비에 젖었지...

에이그 ~ 텐트 좀 위쪽으로 제대로 칠걸 ....

텐트 하나 좀 잘못 쳤다기로서니 이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쪼그리고 앉아서 가만 생각하니, 어느 등산 안내 책자에선가'

산에서 비가 오면 갑자기 계곡의 수량이 불어나 위험하니

계곡 옆에 텐트를 칠 때는 조심하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하기야 내가 더 늦게 잠을 깼더라면

텐트와 함께 떠내려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비는 멈추고 날이 서서히 밝아와 비에 젖은

잡동사니들을 챙겨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에휴~, 등산화는 물에 흠뻑 젖어 질퍽거리고....

혼자 이게 무슨 꼴이람. 시커멓게 비를 퍼붓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새파랗게 맑게 개어있었다.

 

이렇게 날씨와 공기가 청량할 수가.

개울이 나타났다. 배낭을 맨 채 나는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인쇄하기] 2014-09-13 13: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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