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이나 자료를 올릴 수 있습니다. 단, 상품광고나 악성 덧글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밤배
  지리산 청학동 수행기 10
  

나는 기분이 몹시 상해버렸다. 그러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음악에 맞추어 수십 가지의 단전호흡 동작을

취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 음악소리가 나오니까 그 소리를 듣고 몰래 와서 훔쳐본 모양이구나?'

 

그 분은, "거 국선도라는 것이 누가 우리 민족의 공부법이라고 하드냐?"

나는 분명한 논조로, "공부가 아니고 수련이라고요. 수도요.

그리고 그건 책에 실려있구요, 그리고 계속 전해 내려오는

스승과 제자의 계통도 있구요."

그분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어허, 아직도 세상에 법이 나오려면 몇 년 더 있어야겠구나." 하시면서

먼 산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근데 혹시 이 부근에서 텐트를 치셨나요?

언제 제 텐트에 오셨었나요?"

하고, 이상하게 궁금하던 질문을 하였다.

 

그 분은 나를 내려다보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나는 저기에 사네. 저기 봉우리 밑에 靑鶴洞.."

나는 좀 놀랬다. '산다니그럼 등산 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 산꼭대기요. 산꼭대기에서 사세요? "

그 분은, "산봉우리에서 어떻게 살아. 그 밑에, 봉우리가 세 번 솟구친 데에 ....

(잠시 후) 밥을 굶으면 기운이 상하지. ..... . . ."

 

나는 또 놀랬다. 내가 단전호흡 음악을 틀고

단전호흡 동작을 취한 거야 몰래 와서 봤을 수도 있겠지만,

단식 중인걸 어떻게 알고 하는 얘긴가?

이것도 내가 힘이 없어 비실비실 걸으니 눈치로 말하는 것인가?

 

나는 그래서, "단식수행을 해야지만 內功眞氣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달마대사 소림내공 역근경에도 나와 있습니다"하고 의젓하게 대답하였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웃으면서,

"어허, 책이 사람 망치는구나."하면서, 아까와 같이 길게 타령을 하였다.

 "人階食穀與五米 獨食太和陰陽氣"

(당시에는 발음도 잘 몰랐지만 나중에 황정경을 암송하면서 알게됐다.)

 

그 분은, "우리 仙家의 단식은 그렇지가 않지."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분의 말 중에

'선가' 어쩌구 하는 말이 있는지라 속으로 깜짝 놀랬다.

 이 분이 혹시 내가 찾던 도사가 아닐까? 렇지만 일단 탐색을 해봐야지.

 

"아니 선가라면 바로 仙道를 말하는 것일텐데요,

단식을 어떻게 하나요. 며칠 간 정도 단식을 하나요?

 단식의 전에 감식을 하고, 본 단식이 끝나고 며칠 간 정도 보식을 하나요?"

나는 단식 중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좀 궁금하였다.

 

그분은 옆에 활짝 핀 철쭉을 바라보면서,

"며칠? 감식? 며칠이 어딨어...한 번 들어가면 몇 달이지. 몇 년도 똑같지.

달이나 년이나 같아. 필요에 따르는 것이지. . ."

 

나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허풍을 치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또 물어보았다.

"그렇게 몇 달 몇 년씩 단식을 하면 몸무게가 얼마나 빠지나요?

그리고 끝난 다음에 묽은 죽을 며칠이나 먹나요?"

 

그러자 그 분은 재미있다는 듯이 빤히 나를 쳐다보면서,

"仙家의 단식은 몇 달 몇 년을 해도 몸무게가 하나도 안 줄어 정진이 끝나고

바로 찹쌀떡도 먹고 고기도 먹고 술도 먹지. "

 

에이, 저런 거짓말. 나는 완전히 실망했다.

'선가' 어쩌고저쩌고 해서 가졌던 호기심도 이 말을 듣고 싹 가셔버렸다.

 

여기서 이분하고 한 30분 정도 이야기를 하였는데,

나중에는 힘이 쏙 빠져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저대로 수행하는 것이 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면서 자리를 뜨려했다.

 

그분은, "다음에 오면 내가 집을 지어주지." 하였다.

 나는 그분이 어디다 어떻게 집을 지어준다는 것인지

생각하기도 싫어서 ",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인사하고 내 텐트로 돌아왔다.

 

텐트로 돌아와서는 다시 나의 단식 일과로 돌아왔다.

 그런데 샘터 위에서 이분을 만나고 나서부터

고요하던 마음 속에 자꾸만 잡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가 소형 녹음기를 틀고 여러 가지의 단전호흡 동작을 하는 것을 알았을

?

 

또 어찌 내가 단식으로 소림 달마 역근경의

내공 진기를 수련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

여기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목도 아니고

또 설령 누가 텐트 옆에만 와도 금방 알아차리게 되어 있지 않은가?

 

여기 세 방향이 막혀 있으니까. 아니라면,

여기서 그 분이 산다는 그 봉우리까지

적게 잡아도 한 3키로는 되는데, 거기서 어찌 알 리가 없고.

아니 그리고 그 분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이런 산중에서 사는 것일까?

 

혹시 天眼通天耳通이 있는 도사가 아닐까?

근데 도사같이 생기지는 않았고 여하간에

나는 오만가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단식을 계속 할 수가 없었다.

 

다른 말 보다도 "仙家의 단식은 . ..."

어쩌구 하는 말통에 그래서 단식 시작한지 11일 만에 끝내게 되었다.

한 이틀간 죽을 묽게 해서 끓여먹으니 좀 힘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가 혹시 요괴의 술수에 빠져

내공 수련을 실패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단식 정진을 통해서 내공의 진기를 닦게되자

그것을 방해하기 위하여 요괴가 도인인척 둔갑하여

나의 단식 수행을 중간에서 망치게 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그래서 거기 그 분이 살고있다던 청학동이라는 데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내 그 생각을 포기하고,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바로 다시 와서 조사해보기로 하였다.

왜냐면 당시 몸이 너무나 탈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 된 죽을 끓여 하루 더 보식을 한 다음

배낭을 챙겨 하산을 하였다.

다리에 힘이 없어 내려오면서 배낭 따라 몸이 휘청휘청하다가 수없이 넘어졌다.

죽을 먹기 시작하니 갑자기 왜 이리 허기가 지는지.

겨우겨우 내려와 구례역에서 열차표를 끊고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 그런데 구례역전의 식당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기 시작하는데 죽여주더군.

본시 단식의 효과란 단식 자체보다는

단식 후의 보식이 더 중요하다.

 

보식을 잘하면 단식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보식을 잘못하게 되면 오히려 몸을 망친다.

그리고 단식 후의 보식기간에는 그동안 참아왔던 식욕이 갑자기 폭발하면서

엄청난 식욕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쇄하기] 2014-09-02 17:52:44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로그인~~ 전체 30개 - 현재 1/2 쪽
30 철새 2017-10-26 210
29 우주시대 2017-06-26 352
28 우주시대 2017-06-26 292
27 안개 2017-06-08 306
26 사오정 2017-05-26 306
25 하늘나라 첨부화일 : 사본 -섭리성경-세운책.jpg (204917 Bytes) 2016-08-27 780
24 길벗 2016-07-04 903
23 레오파드 2016-05-26 792
22 레오파드 2016-03-17 655
21 레오파드 2016-03-17 861
20 레오파드 2016-03-01 787
19 zero 2015-07-27 1952
18 비목 81 2015-05-07 2062
17 낙송 2015-01-31 2122
16 낙송 2015-01-31 3442
15 밤배 2014-12-07 2911
14 밤배 2014-11-04 2040
13 밤배 2014-10-06 1959
12 밤배 2014-09-13 2052
밤배 2014-09-02 1994
  1 [2]

copyright @ 도서출판 은하문명 all rights reserved. TEL : 02)737-8436 FAX : 02)737-8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