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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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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영 은행 눌러버린 북한 개인 은행들
  

국영 은행 눌러버린 북한 개인 은행들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북한 시장 경제의 진화를 보면 놀라운 일이 정말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감탄한 것은 개인 은행의 진화다.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니 돈이 유통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돈을 전달하는 곳은 은행이 아닌 이관(移管)이라 불리는 송금 전문 개인은행이다. 가령 내가 지방에 갔다가 갑자기 평양에 돈을 보낼 일이 생긴다면 은행을 찾지 말고 주변에 이관집이 어디냐고 수소문해야 한다. 이관집에는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직접 찾아갈 수도 있다. 전화를 하면 어디에서 보자고 연락이 온다. 직접 찾아가도 집에 절대로 들여 놓지 않는다. 대문 앞에서 현금을 확인한 뒤 조금만 기다리라말하고 집안으로 사라진다. 조금 있다가 주인이 나타나 이송(移送)이 끝났으니 그 돈을 어디 가서 찾으라며 평양의 전화번호를 넘겨준다. 그러면 나는 그 돈을 받아야 할 평양 사람에게 그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러면 그 사람이 해당 전화번호로 연락해 돈을 찾는다. 빠르면 몇 시간 내로 송금절차가 끝난다. 요즘 북한에서 공식 이관비(移管費)1% 정도이다. 100 만원을 보내면 1만원을 수수료로 떼는 셈인데, 북한처럼 신용이 바닥인 사회에서 송금 수수료가 이처럼 낮다니 신기한 일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1.5%로 뛰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이관집으로 보내면 사기당할 일은 거의 없다. 큰돈을 들고 며칠 씩 오가는 기차를 탔다가는 소매치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돈을 갖고 이동할 수 있는 사람도 이관집을 통해 목적지로 먼저 돈을 부치기도 하는 이유다. 물론 북한 주민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고, 또 이용할 수 있는 조선중앙은행에도 송금 서비스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돈 찾으러 가면 아직 돈이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데, ‘써비라고 부르는 뇌물을 주지 않으면 제풀에 지치기 마련이다. 뇌물을 주면서 은행을 이용할 바에는 이관집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이관집은 한국의 은행처럼 돈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 고정 거래하는 평양의 상대 이관집에게 얼마를 받았으니 얼마를 전해 달라고 전화로 말하면 끝이다. 평양 이관집은 또 지방에 돈을 보내야 할 때 같은 방법을 쓴다. 이렇게 돈이 오가다 한쪽으로 돈이 너무 몰리면 자기들끼리 네트워크(network)를 사용해 돈을 적절히 분배한다. 이관집은 장마당 경제의 발달과 함께 2000 년대 초반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열차를 타고 출장을 다니는 사람이나 열차원, 자동차 운전원 등이 돈을 날라다 주었다. 그러나 사람이 운반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지역 간 송금을 담당하는 이관집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이관집은 신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가족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평양에 사는 언니와 원산에 사는 동생이, 또는 개성에 사는 딸과 신의주에 있는 친정 부모가 서로 연계를 가지는 방식이다. 지방의 이관집 중에는 특히 지역 구간에 전문으로 특화돼 한꺼번에 거액을 보낼 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현재 북한에선 미국 달러나 중국 위완화가 북한 화폐 못지않게 사용되기 때문에 외화를 다루지 않는 이관집은 거의 없다. 시장 경제의 진화와 함께 이관집의 몸집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 수 백 만 달러씩 주무르는 이관집도 적지 않다. 이렇게 큰돈을 다루려면 권력과 공생이 필수다. 권력이 뒤를 봐주지 않는다면 ()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을 내건 각종 검열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북한의 이관집들을 보면 노동당, 사법기관 간부의 가족이 대부분이다. 간혹 무역기관 일꾼이 이관집을 하기도 한다. 이관집이 없어진다면 북한 장마당은 당장 마비된다. 이관집은 시장경제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북한 당국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외화까지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며, 신용과 비밀을 보장해주는 이관집과의 경쟁에서 국영 은행이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몸집을 키운 이관집들은 대부 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북한에서 월 이자는 5~10 %에 이른다. 돈을 빌려주면서 사람이나 부동산 담보를 받는 개념도 이관집에서 처음 도입했다. 북한의 개인 금융이 앞으로 얼마나 비대해질지, 국영 은행이 개인 금융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끝.


 

[인쇄하기] 2018-12-21 02: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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