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전술없는 한국 축구의 민낯---스포츠,

문화 평론가  정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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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 님의  글을 읽기전에 본인의 글을 우선

여기에 올립니다“브라질 축구 선수들이 1승도 건

지지 못하고 귀국였다.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귀국

하자, 팬들은 선수들이 도착한 공항에서 선수들 앞

에 엿을 수도 없이 많이 던졌다. 물론 한일 월드컵

4위, 남아공 월드컵 16강, 런던 올림픽 3위의 빛나

는 성적 앞에 16강에 오르지 못한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어서 팬들의 실망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

은 아니나, 엿을 던져서 바닥을 온통 엿 바닥으로

만든 행위는 천박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하였던 것이

다. 엿의 의미는 물론 “엿 먹어라”라는 의미이나,

이는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몰지각한 행

위이다. 월드컵이 무엇인가? 올림픽 게임보다 더

지구촌 주민들에게 인기 있다고 하는 스포츠 아닌

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위에 올랐던 한국도 FIFA

랭킹은 57위에 불과한 그야말로 뛰어난 축구 강국

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월드컵 무대라는 것이다. 사

실 월드컵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영광인 것

이다. 세계 랭킹(ranking) 10 위안에 드는 스페인이

나 이태리 그리고 잉글랜드가 16강에 들지 못하고,

쓸쓸히 귀국했던 축구의 정글지대가 바로 월드컵인

것이다. 비록 16강에는 입성하지 못했지만, “당신

들은 최선을 다해서 뛰었습니다. 비록 16강에는 들

지 못했지만,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다음

월드컵에는 좋은 성적을 내기 바랍니다”라는 마음

가짐을 갖고서, 환영이야 물론 할 수 없다 치더라

도, 엿을 던져서 야유는 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

이다. 다음에 올릴 정윤수 님의 글에서 아르헨티나

와 스페인의 국민들이 월드컵에서 패하고 귀국했을

때의 상황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상 본인의 글

다음은 정윤수 님의 글입니다 “ '모든 것은 나의전

술 실패다.’ 홍명보 감독의 말이다.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다. 누구는 말한다. 동기 부여가 없었다

고, 그래서 정신력이 약해졌다고. 이 무슨 철지난

노래인가. 애국심을 측량하는 기계라도 있단 말인

가. 정신력이니 애국심 같은 말은 시청률 경쟁에

사활을 건 방송사들이 비장한 효과음 깔면서 경기

예고나 할 때 써먹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마저도

21세기에 어울리지 않게 조잡하다. 얼마 전까지 홍

명보 감독을 독립영웅처럼 떠받들더니 지금은 ‘으

리(의리) 축구하며 동네 강아지 취급하는 이 졸렬한

상황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누구는 말한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로 군(軍)면제 받은 선수들, 16강 진

출 못했으니 입대시켜야 한다고---. 손흥민이 열

심히 뛴 것은 군 미필이라서---. 이 정도야 인터넷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씁쓸한 농담인데, 아예 어떤

사람은 공항에 가서 엿을 던진다. 나는 그들에게

2010년 7월 부에이노스아이레스 공항을 보여주고

싶다. 8강전에서 독일에 0대 4로 대패한 아르헨티

나 대표팀. 그들을 맞이하러 공항에 나온 수 천 명

의 팬들 때문에 마라도나 감독과 선수들이 탄 버스

가 1m 가는데 10분 걸린 풍경말이다. 이번 월드컵

에서도 스페인과 잉그랜드가 졸전 끝에 짐을 쌌다.

그러나 그 나라 팬들은 “사과할 필요 없어요. 당신

들과 더불어 행복 했어요”라고 외친다. 팬심(pan

心이)란 이런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중남미 팀들

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지

구의 어느 대륙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해도 철협쌍

웅(鐵協雙雄)의 기개세(氣槪勢)를 보여주는 팀이지

만, 여기에 칠레, 코스타리카, 멕시코, 콜롬비아,

우그과이 등이 용쟁호투(龍爭虎鬪)를 보여줬다.

120분 동안 브라질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붙였던

칠레, 성취동기 이상의 어떤 신탁의 부름을 받은

듯한 코스타리카, 기교와 속도가 변증법적으로 통

합된 멕시코를 기억하자.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

가. 기후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전술 특징은 '스리 백(three back)'이다. 그런데

세 명의 수비가 안방 지키기에 치중하는 과거의 스

리백이 아니다. 한동안 세계축구를 지배했던 포백

(four back)을 깨기 위해 나온 공격형 스리백이다.

독일 분데리스가의 중흥을 이룬 도르트문트의 위르

겐 클롭 감독이 이 전형(戰形=전투의 형태)을 쓴 대

표적인 인물이다. 스리백을 세우되 중원까지 끌어

올린다.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middle fielder)가

수시로 백업(back-up)해 최대 파이브백(five back)

까지 선다. 이탈리아에 귀국 티켓을 선물한 코스타

리카의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은 “2006년부터

피를로를 연구했다. 그의 패스를 끊어야 이탈리아

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겐 프레싱

(gegen-pressing: gegen 은 독일어로서 ---반해서

---대항해서 의 뜻인 영어의 against의 의미임.

pressing은 압박의 뜻), 즉 극단적인 전방 압박을

앞세운 이 전술의 특징은 역습 시 좌우로 벌리거나

짧은 패스로 공간을 만들기보다 일제히 앞으로 전

진하는 것이다. 네델란드 반 할 감독은 이 전술

로 스페인 패스 축구의 혈도(血途, 血道)를 끊은

후 곧장 앞으로 전진했다. 판페르시와 아리안,

로번의 숨막힐 듯한 속도. 그리고 슛이 터진다.

전진, 또 전진! 120분 동안 총 145 km를 거칠게

달린 칠레 (브라질은 136km)를 막았던 것은 브라

질 수비가 아니라 골대였을 뿐이다. 전방 압박의

최고 경지를 보여준 칠레의 호르헤 삼파올리 감

독은 승부차기 패배 후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정신 승리를 믿지 않는다. 그것은 내 축구에 계

산되지 않는 것이다.” 알제리의 바하드 호지치

감독도 이를 실천했다. 그는 말한다. “한국 선

수들의 기술은 좋다. 그러나 팀 전체는 정형화

(定型化)되어 있다. 창의적인 경기를 하라.” 일

부 보도에 따르면 한국 선수단이 다 함께 모여


알제리 팀을 제대로 분석한 게 겨우 경기 3일 전

이었다고 한다. 알제리는 골키퍼를 제외하고 무

려 5명이나 새로 기용했다. 전방 압박이 가능한

선수들을 앞세워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부친 후

엄청난 속도로 세 골을 몰아넣었다. 급변하는 패

러다임을 응시하는 철학이 없으니 전술이 없었

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분석이 없으니 대응전

략이 부재했다. 여기서부터 새로 시작해야한다.

현대 축구의 패러다임에 대한 연구는 기본이다.

이를 충분히 숙지한 감독이 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조련해 팀을 구축해야한다. 세계 수준의

축구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홍명보 감독을 비

롯한 모든 축구인들, 그리고 무엇보다 축구협회

가 할 일은 이것이다. 축구는 활활 타오르며 급

변하는 생물이다. 이 변화를 놓쳤다. 전술은 끝

없이 변하고, 경기장은 극한의 실험장이다. 게다

가 축구는 그저 경기의 한 종목이 아니라 한 나

라의 문화적 총체다. 그 나라의 근 현대사, 사회

환경, 문화적 특징, 최근의 정치 상황 등이 공

하나로 집중된다. 그라운드 안의 선수들에게 투

영(投映)하는 작업이 전혀 없다. 조 추첨 때부터

알제리의 풍부한 지중해 역사와 그 열렬한 축구

문화를 무시한 채 그저 ‘16강 제물’이라고 얕

잡아 보았던 철학의 부재, 전술의 부존(否存),

이것이 한국 축구의 민낯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