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ㄹ은 술자리로 데리고 가더니, 논문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사귀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며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ㄹ은 여학생이었음) 나이차가 수 십 년 나는 교수의

노추(老醜:늙어서 보이는 추한 행태)에 놀라서 결국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만다.

이번엔 교수들 이야기이다. 이사장과 내연(內緣) 관계인 총장이 인사, 연구 등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것을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는 사연이다.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치스러운 소비 행태를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노골적으로 강사 자리와 논문

장사를 하는 동료. 연구와 강의는 뒷전인 채 무슨 켐프만 쫓아다니는 교수들. 결국 그

들이 어디선가 한 자리 차지해 전문가입네 하고 나타나면 입맛이 씁쓸할 뿐이란다.

재단(財團)은 또 어떤가. 자격도, 실력도 없는 사람들이 이사장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교수가 되고, 예산은 함부로 전횡(專橫)되니 비싼 등록금 내는 학생들 볼

면목이 없을 뿐이란다. 불만은 학생들에게로 향했다. 스쿨버스 기다릴 때 줄 서지

않고, 캠퍼스 아무데서나 침을 뱉고, 심지어 교수에게 욕을 하는 학생도 있다는

내용이다. 리포트의 수준은 또한 어떤가. 맞춤법이나 문법에 맞지 않은 것은 기본

이고, 인터넷 짜깁기에 대한 죄의식도 전혀 없단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끌고 가는 기

본기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 지성(知性)의 산실이라는 말 자체가 부끄러울 따

름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례들이 모든 대학의 현주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실력을 쌓

아가는 성실한 대학생들이 더 많다. 열악(劣惡)한 연구 환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느라 모든 것을 바치는 순수한 학자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물을 흐리는 소수가 대학을 전반적으로 썩게 만든다면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

즘 젊은이들의 헝그리(hungry) 정신의 부재와 비(非) 윤리성을 탓하기 전에 그들을

교육시키는 학교부터 바뀌어야 순서가 맞을 것이다. 인내심이 없어 몇 달 만에 사표를

내는 좋은 스펙의 젊은이들과,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재교육해야 한다고 불

만을 토로하는 회사들의 처지는 동전의 양면(兩面)일 뿐이다. 지성의 본산인 대학이

사회에 대한 책임과 윤리의식 그리고 자정(自淨) 장치가 없으니, 학교를 서열화해서

경쟁시킨들 과연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다. 100만원 조금 받는 월급에도 하루 종일

아기들의 똥 기저귀와 우윳병을 바꿔주느라 정신없는 어린이 집 교사들은 극악한

죄인 취급하면서도, 정작 가진 것은 너무나 많은데 뿌리부터 썩어가는 대학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이 이상하다. 자기도 모르게 사이비 박사라도 박사라고 생각하는 학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