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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이 당면하게 될 딜레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북미정상 회담이 끝났다. 그러나 장작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 요란했던 언론의 보도와 기대와는 달리 별로 실속이 없었다. 협상에 관한 책까지 썼다는 트럼프의 협상술은 한 마디로 수준 이하였고, 결국  어정쩡하고 모호한  합의와 협상완패로 귀착되고 말았다. 북한의 김정은은 자기가 원했던 것의 상당부분을 얻은 반면에 트럼프측은 얻은 것이 거의 없었다.

 

사실 협상 전에 칼자루를 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던 쪽은 트럼프였다. 그럼에도 실무자 사전 협상 내내 북한쪽에 질질 끌려 다닌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큰소리 쳤던 대로 과감하게 회담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적어도 확실한 뭔가 하나는 얻어냈을 것이다. 코너에 몰려 있고 아쉬운 쪽은 김정은 쪽이었기 때문이다. 실망스럽게도 트럼프가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은 단지 지나치게 저자세로 오히려 독재자 김정은을 추켜올려 찬양이나 하는  등의 돈키호테식 엉뚱함과 의외의 돌출발언들, 그리고 자화자찬뿐이었다. 그저 허풍, 과장, 허세, 쇼맨쉽, 자기과시 등이 그의 주요 특징이며, 트럼프는 이미 드러났듯이, 정치지도자로서 품격이나 안목, 그릇이 전혀 결여돼 있는 사람이다.  사실상  그는 인간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나 사랑이 없고, 그의 마인드는 오직 돈만 알고 정치 역시 이해타산만을 따지는 식의 장사꾼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면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많은 희생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주는 정책에서 잘 나타나 있다. 아마도 다분히 충동적이고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그의 경박스러운 모습을  목격한 김정은은 프럼프를 자기가 충분히 요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향후 추가회담에서 무슨 결과가 더 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명확한 사찰과 검증을 거부하는 현재로서는 김정은의 핵포기 약속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핵을 완전히 포기할 생각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핵포기를 내세워 유화 제스처로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끌어가며 미국과 주변국들을 흔들어 경제제재를 완화시켜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뒤에서는 비밀리에 현재도 가동 중인 핵 프로그램을 통해 핵무기는 계속 제조하면서 말이다.) 한편 최근에 조사된 북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92%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은 흥미롭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 약속을 얻어낸 그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권력체제를 유지해 가면서 동시에 경제부흥을 이뤄내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향후 어떤 형태로든 남북 간과 북미 간에 교류가 증가해 간다면, 물론 북한경제는 점차 활성화될 것이고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북한체제는 미국이 그것을 보장해주겠다고 협상을 통해 선언적으로 약속했다고 해서 결코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이 약속한대로 의도적으로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외부정보의 자연스러운 유입으로 인한 북한 내부의 동요와 불안, 그리고 주민들의 깨어남에 따른 봉기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현 북한체제의 존속여부는 전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달린 것이지, 절대 미국이 보장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체제가 주민들의 굶주림과 불만, 폭압 속에서도 유지돼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외부세계 정보차단과  감시 및 공포정치, 지속적인 세뇌공작, 그리고 개인 우상화 및 신격화 작업 덕분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북한으로 스며들어가게 될 외부 소식들은 북한정권을 지탱하고 있던 이런 기둥들을 서서히 흔들어 허물어버릴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김정은의 권력은 보장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국가이다. 북한은 오랜 세월 동안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해 왔고, 폐쇄적인 유일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반대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과 공개처형, 숙청을 진행해 왔다. 그 동안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이들 일가(一家)에 의해 죽음을 당하거나 숙청된 사람들은 부지기수이다. 또한 현재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는 약 10~15만 명의 무고한 북한 주민들이 갇혀 기본 인권조차 박탈당한 채 구속되어 있고, 이밖에도 탈북시도 과정에서 붙잡힌 수많은 사람들이 역시 수용소에서 잔혹한 고문과 탄압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미 북한을 탈북해서 인신매매 등의 온갖 고초를 겪으며 지금 중국을 유랑하고 있는 주민들만 수십만 명에 달한다. 즉 북한과 중국에는 김정은에 대한 반감과 원한, 분노를 가진 사람들이 엄청나게 잠재해 있는 상태인 것이다.

 

김정은은 핵문제를 적당히 위장쇼로 무마해가며 현재 남한 및 미국과의 교류를 통해 경제난을 해결해 보겠다고 시도할지 모르나, 이렇게 계속해 갈 때, 앞으로 과연 그의 목숨은 보존될 수 있을까? 아마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향후 남북통일은 어쩌면 현 김정은 정권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이 제거된 후에 들어설 다른 북한정권과 이루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현재 김정은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모양새가 되었다. 호랑이 등에 올라 탄 이상 내릴 수도 없고 계속 타고 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딜레마 상황이다. 즉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혁, 개방을 해나가자니 자신의 권력과 목숨이 위태롭고, 핵을 붙들고 기존체제를 유지해나가자니 제재와 경제난으로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이 난국을 타개해보려고 교묘한 속임수로 일단 위기를 넘긴 후 제3의 방법을 시도해보려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 역시 위기가 닥칠 위험성이 높다. 여기서 제3의 방법이란 경제건설을 위해 태영호 공사가 언급한 "개성공단식 단절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다. 오직 이런 방식의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개방만이 외부정보와 주민이동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이런 생각과 계산은 하늘로 손바닥을 가리려는 어리석음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미 시작된 북한주민 저변의 변화 욕구와 그 저항의 흐름 및 외부정보의 자연스러운 유입을 억지로 영원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머지않아 그것은 봇물 터지듯이 분출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김정은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한 가지 밖에는 없다. 그것은 이미 온 민족과 전 세계에다 스스로 공언한대로, 진정성 있게 핵을 폐기함으로써 성실히 그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모든 수용소에 갇혀 있는  북한 주민들 모두를  조건없이 석방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자신과 자기의 집안이 지금까지 저지른 모든 대남도발과 전쟁범죄 및 악행을 민족 앞에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7500만 한민족과 피해자들은 어쩌면 그의 죄와 과오를 너그러이 용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히 필자의 개인적인 바람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김정은이 그동안 지은 악업(惡業)과 그 일가의 무거운 카르마가 언젠가 우주법칙에 의해 정확히 그에게 다시 돌아가는 불행과 비극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그의 몫이다. 향후 그의 운명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인쇄하기] 2018-06-13 18: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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