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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의 세계와 우리나라 번역계의 현황(2)
  

한편 최근에는 기계적인 번역 프로그램도 여러 가지 나와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예컨대 어떤 단어들의 경우 그 의미만 10여 가지 이상을 뜻을 지닌 것이 많이 있는데, 이때 기계는 그 중에 어느 의미가 그 문맥 안에서 가장 적합한 것인지를 찾아내기가 힘들며, 이것은 숙련된 번역가만이 해낼 수 있다. 그리고 문법구조의 해석에 있어서도 기계번역은 여전히 부적절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현재 계속 발전해 가고 있는 인공지능(AI)이 상당히 고도화될 미래에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어쩌면 번역분야도 기계가 사람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만약에 이렇게 된다면, 그때는 번역가들이 설 자리가 아예 없어지게 될 것이다.

 

필자도 때로는 직접 일부 번역을 하고는 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고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번역이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번역 일을 맡기기 전에는 전혀 번역을 해본 적도 없는 완전히 초짜 번역자가 그의 오역 투성이 초벌번역을 바로 잡아 교정, 교열을 본 것을 가지고 정식 번역가나 출판사측에서 자기의 번역을 훼손했네, 조작했네 하는 주장을 늘어놓는다면, 이는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미숙하고 잘못된 초벌번역을 손보는 것은 출판사의 당연한 의무이자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20~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A급 전문번역가들도 자신이 마치 완벽한 번역을 한양 오만한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런 억지주장은 전혀 가당치 않을뿐더러 한마디로 이런 경우는 초벌번역자로서의 겸손함이 없는 것이다. 반대로 오히려 진짜 실력 있는 전문번역들일수록 겸손한 경향이 있다. 출판사는 국내저작물이든 번역서든 간에 가능한 한 자연스럽고 올바른 문장의 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출판사에서는 가급적 오역이나 부자연스런 부분이 없는 본문내용을 책에 담아내기 위해 반드시 그런 부분을 손봐서 바로잡는 교열(校閱)과 윤문(潤文)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물론 출판사 편집자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일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을 통해 번역문을 많이 다루어 본 유능한 편집자는 오역과 비문을 쉽게 찾아내서 바로 잡을 수 있다. 한편 오랜 경력을 지닌 전문번역가들의 경우는 거의 손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번역이 유려하고 매끄러우므로 편집자가 오자 정도만 찾아내어 교정을 보면 된다.

 

그런데 간혹 출판사의 배려에 의해 이런 초벌번역자가 바로 자기이름이 내걸린 번역서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운 좋게 출판사 대표와 초벌번역자가 잘 아는 사이여서 특별히 그냥 이름을 내주었거나, 아니면 번역료를 면제하는 대신에 오역을 손보아 명예(이름)를 주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것은 아니며 아주 예외적인 일부의 경우이다. 그러므로 이제 막 번역을 시작한 초벌번역자가 막 바로 자기이름이 걸린 번역서를 갖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드문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특별한 사례를 통해 자기이름으로 된 번역서를 냈다고 해서 자만하여 자신이 마치 처음부터 정식 번역가인양 행세하려해서는 곤란하며, 꾸준히 공부하고 겸손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스스로 번역능력을 정식으로 인정받아 자기 실력으로 번역서를 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 전문번역가 못지않은 뛰어난 번역 실력을 갖추고도 운이 닿지 않아 책 한권 내보지도 못하고 오랜 세월 동안 고생하며 대리번역이나 하는 초벌번역자들도 세상에는 많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어떤 한 번역가는 책을 여러 권 낸 경력이 있는 정식번역가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번역한 책을 출판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출판사로부터 번역료를 받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인쇄비조로 상당한 금액의 돈을 모 출판사에다 갖다 주고 나서 겨우 책을 낸 사례도 있다.)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리번역 문제가 크게 불거진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10여 년 전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것은 당시 SBS 정모 아나운서가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그 책이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은 대리번역자가 번역을 하고 정모 여성 아나운서는 책에 이름만 빌려주었던 사건이었다. 당시 유명 아나운서가 번역했다고 홍보해서 책은 잘 팔렸지만, 이것은 그 아나운서가 거의 번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중에 밝혀져 완전히 독자들을 속인 마케팅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그 아나운서가 정식번역가도 아니었고 또 번역에 손도 대지 않았으므로 초벌번역(1)전문번역(2) 시스템과는 또 다른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인터넷상에서 초벌번역가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가끔 보게 되는데, 대개 이런 번역 업체들은 편하게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다고 허위 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에 마음이 혹한 사람들이 문의를 하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책 구매와 교육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입회비 또는 교재비용만 50~70만원 정도라고 하며, 시험에 통과한 뒤 설사 일부 번역 일거리를 맡아도 수수료 명목으로 과도한 이윤을 떼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이런 식의 업체들의 상당수는 단지 자기들의 교재판매와 수수료 챙기는 목적으로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식 번역가로 등단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으며, 또 초벌번역자가 번역료만으로 생활을 영위해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초벌번역자들이 선망하는 것은 아마도 하루 빨리 자기 이름이 표지에 인쇄된 정식번역가 대열에 끼는 것이며, 더 나아가 번역가 상위 10%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일 것이다. 왜냐하면 상위 10% 정도의 번역가들만이 번역만으로 생활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를 가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열악한 조건에서 고생하고 있는 번역자들이 많다. 우리나라 출판계의 번역환경이 어서 좀 더 개선되어서 초벌번역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에게도 햇볕이 들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해 본다.

 

[인쇄하기] 2018-02-08 11: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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