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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광수 교수의 죽음과 우리나라 사법정의와 관련해서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보도되었다시피, 마광수 교수가 목을 매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올해 나이 67, 별로 많지도 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떠났다니 너무 허망하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부디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필자 역시 그의 다른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래 전에 그의 첫 대중서적인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읽어본 기억이 난다. 사실 내가 마광수 교수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 책이 나오기 몇 년 전에 우연히 보았던 어느 대중잡지에 실린 그의 글을 통해서였다. 그것은 한국인들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성의식(性意識)에 관해 그분 나름대로 분석하며 비판한 내용이었는데, 당시 나는 어느 정도 그의 주장에 공감이 갔다. 그래서 나중에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89년)> 책도 구입해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의 글의 요지는 한마디로 우리 한국인들이 유교적 습성에 의해 겉으로는 점잖은 척하며 가식적으로 행동하지만, 이면에서는 그만큼 더 성적으로 문란하고 추잡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성()에 대해 처음부터 솔직해지는 것이 더 낫고 사회적으로 건강하다는 논지였다.

 

잘 알려진 대로 마광수 교수는 그 후에 냈던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로 인해 외설시비에 휘말리고 법원에서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그리고 결국 연세대 교수직에서도 쫓겨나고 3개월 간 감옥살이까지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 후에 간신히 다시 사면되어 복직되기는 했어도, 같은 교수사회에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비난과 왕따를 당했으니 심적 고통이 매우 컸을 것이다. 심성이 여린 마교수는 이런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울화병을 앓았고, 이것이 마침내 자살로까지 이어졌으니 너무나 불행한 삶이었다. 어찌 보면 우리사회의 이중적인 도덕성의 잣대와 과중한 법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주요인이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즐거운 사라>를 읽어보지는 못했으므로 그 책이 얼마나 외설적이고 문제가 많은 책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그 책에 관해 왈가왈부할 처지는 못 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설사 그 책이 법원에 의해 음란물로 판결을 받을 정도로 노골적 성묘사와 외설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그를 감옥에다 구속까지 시켜야 할 정도의 중범죄(重犯罪)였냐는 것이다. 구속될 당시, 최고 지성인이라는 대학교수 신분의 그가 살인자들과 똑같이 하얀 수의를 입고 포승줄로 칭칭 묶인 당시 그의 모습은 매우 충격적으로 내게 다가왔었다.

이것은 법적용의 과도한 남용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즉 마교수에게 형을 선고하더라도 경고성 집행유예와 함께 책의 판매금지 정도면 충분했다고 본다. 외국의 경우, 작가가 외설적이고 음란성의 책을 냈다고 해서 유죄판결을 받아 구속까지 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마광수교수의 구속 사례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판사들의 판결이 때로는 공정하지 않다고 보이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점이다. 물론 원래 판사는 신성한 법전에 나와 있는 대로,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에만 의거해서 오직 자기 양심과 공정한 판단에 의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판사는 완전무결한 신()이 아니라 대중들과 똑같은 한 인간일 뿐이다. 때문에 그들도 얼마든지 실수할 가능성이 늘 잠재해 있다. 또 때로는 그들도 여론의 엄청난 압력에 떠밀려 시류와 대중에 영합하여 부득이하게 모종의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것은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가 종편에 출현해서 자기가 판사로 재직시의 경험을 토로하면서 스스로 솔직히 고백하고 인정한 부분이다. 이렇다보니 가끔은 보통사람이 보아도 황당한 판결, 어처구니가 없는 판결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심지어 과거 군사정권시절에는 권력에 굴복하여 민주투사에게 사형선고를 언도한 사례까지도 존재하지 않았던가? 또 돈 많은 재벌들에 대한 판결은 서민들에 대한 판결에 비교할 때, 죄에 비해 훨씬 너그러운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 동안 과거 탈옥수 지강헌이 외쳤듯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같은 일부 판결들이 엄연히 존재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법체계는 손봐야 할 부분도 많고 판사들 스스로 반성하며 개선해 나가야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당장 고쳐야 할 대표적인 법 제도 중 하나는 공소시효 제도이다. 중대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오랜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기소(起訴)를 면하고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이런 모순된 제도는 즉시 폐기해야 마땅하다. 또한 범죄에 따른 우리나라의 형량은 대체로 너무 관대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극악하게 사람을 죽인 살인자에게 사형은 고사하고 기껏해야 징역 15~25년형이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기범죄 형량 역시 너무 낮은 수준이다. 다수의 사기범죄의 피해자들이 그로 인해 온 가정이 파탄되는 경우도 많은데, 현재 사기범의 우리나라 최고형량은 겨우 10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외국에서는 20~30년 이상, 더 나아가 종신형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최근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에서 나타났듯이, 잔혹한 소년범에 대한 구형도 지나치게 관대한 편이다.

 

이처럼 잘못된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고 재정비하는 동시에, 정치성향의 판사들이 오직 법률에 의하지 않고 정권에 눈치에 영합해서 판결을 내리는 문제도 시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과거 오래 전부터 정권이 새로 바뀔 때마다 법원과 검찰이 미리 새로운 권력의 눈치를 살피고 스스로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판결이나 구형을 내리는 일들이 일부 자행되어 왔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중립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이런 것이야말로 시급히 청산해야 할 진짜 적폐중의 적폐이다. 이런 모든 문제들이 올바로 정립될 때만이 비로소 법의 진정한 권위가 서고, 판사나 검사가 국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부당한 판결에 억울해하고 눈물 흘리는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뚜렷한 증거에 의한 대법원의 판결조차도 무시하고 뒤엎으려는 정치인들의 소위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독선적이고 아전인수식의 행위도 바로잡혀져야 한다. 한명숙 전 총리의 유죄판결이 완전히 허위였고 억울한 옥살이였다고 주장했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최근발언이 그 대표적이다. 본인 자신이 판사 출신인 추대표의 이런 정치적인 억지 주장은 제 얼굴에 침 뱉기밖에는 안 된다. 그리고 추대표의 주장이 만약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그녀는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공당(公黨)의 대표로서 반드시 그만한 법적 증거를 국민 앞에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 정치인들일수록 법 준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하여 자기에게 불리하면 무조건 법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려하고, 유리하면 존중한다는 식의 제멋대로의 오만하고도 몰상식한 태도는 이제 뜯어고쳐져야할 것이다. 중고등학생들도 다 알듯이, 소크라테스는 심지어 악법도 법이다.”라고 했다는 사실을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그들에게 상기시키기라도 해야하는 것일까?



[인쇄하기] 2017-09-06 16: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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