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운영자 칼럼

  운영자
  출판계 사재기의 현실과 베스트셀러
  

  최근에 출판사 사재기 관련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이 개정되었다. 즉 출판사나 저자가 자기들 책을 고의적으로 사들여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현행법은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했으나, 앞으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늦게나마 사재기 관련 처벌이 강화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과연 처벌조건이 약간 강화되었다고 해서 대형출판사들의 사재기 행위가 근절될 것인가?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회의적이며, 당분간은 수그러들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일부 부도덕한 대형 출판사들의 사재기 행위가 없어질 수 없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사재기로 베스트 순위를 조작해서 얻는 이득이 설사 발각되어 내는 벌금보다 최소한 10배 이상 ~ 수십 배 가량 더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출판사가 자기들 신간 서적을 사재기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은 아르바이트생을 10~20여명 고용해서 몇몇 대형 서점들을 돌며 번갈아 책을 2~3권씩 사들이게 한다. 이런 식으로 1-2주에 걸쳐 일정 분량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 책은 금방 베스트셀러 10~15위권 안에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사들인 책들은 다시 출고하여 판매하면 되므로 출판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책정가의 30% 정도인 마진뿐이다. 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지급하는 하루 일당이라야 대형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베스트셀러 순위권 안에만 진입시켜 놓으면 책은 계속해서 팔려나가기 마련이다. 또한 언론매체에서도 서점집계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소개하는 케이스가 일반적이므로 이런 매스컴들에 의해서도 책 홍보효과가 배가된다.

 

일반 독자들의 심리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들은 무조건 내용이 훌륭하고 읽어볼만 하다는 단순하고도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중들은 다른 사람들이 다들 저 책을 사니까 나도 사봐야 한다.”는 식의 군중심리에 의해 부화뇌동(附和雷同)하거나 이리저리 몰리고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단 베스트 순위권에 진입시켜 놓기만 하면, 적어도 5~10만 부 이상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사재기를 일삼는 출판사들은 바로 이런 일반 대중들의 심리적 허점을 노리고 이용한다. 이런 측면에서 유추해본다면, 사실상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은 대부분 대형출판사들의 철저한 사전기획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조작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의미에서 독자들의 순수한 선택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대형서점들은 이런 사실들을 암암리에 눈치 채고 있으면서도 책 판매가 늘어남으로써 자기들에게는 이득이 되어 하등에 나쁠 것이 없으므로 적당히 묵인해온 측면이 있다. 즉 일부 부도덕한 출판사들과 대형서점들의 암묵적 공모에 의해 그동안 가짜 베스트셀러들이 다수 양산되어 왔던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사보았더니 별 신통치도 않은 내용에 씁쓸한 허전함과 실망감을 경험한 경우가 1~2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독자들이 때때로 대형출판사들의 마케팅 전략과 이런 베스트셀러 조작에 농락당하기 때문이다. 대형출판사는 자금력에 여유가 있으므로 얼마든지 사재기를 하거나, 광고나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돈을 쏟아 부을 수가 있다. 그러나 군소 출판사들은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광고를 하거나 마케팅 할 여력이 없다. 또 신간을 서점에 내보내도 매장의 좋은 자리는 대형출판사 위주의 책들과 광고하는 책들 위주로 진열, 배치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군소출판사 책들은 대개 서가에나 1~2부 꽂혀 있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작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 경우 대형출판사라면 몇 십만 부 팔 수 있는 좋은 내용의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그냥 묻혀 있거나, 겨우 몇 천부 판매하고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것이 우리나라 출판계의 씁쓸한 현실인 것이다.

 

그러므로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 독자들의 현명하고도 지혜로운 판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출판인의 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안타깝게도 화려하거나 거창한 책의 외적인 조건들만을 보고 선택하는 어리석은 독자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될 때가 종종 있다. 또 자신에게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의 책을 단지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무조건 나도 사봐야 한다는 식의 지적 허영심에 사로잡혀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우리가 책을 선택함에 있어 대형출판사들의 교묘한 조작에 농락당하지 않고 현명한 판단을 한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 귀중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인쇄하기] 2014-04-13 14:05:52


   


관리자로그인~~ 전체 80개 - 현재 5/6 쪽
20 운영자 2015-12-25 2190
19 운영자 2015-12-03 2007
18 운영자 2015-10-09 2654
17 운영자 2015-09-13 2278
16 운영자 2015-08-05 3549
15 운영자 2015-07-08 4383
14 운영자 2015-05-30 3721
13 운영자 2015-04-24 4428
12 운영자 2015-02-12 11087
11 운영자 2014-12-14 4095
10 운영자 2014-11-07 4910
9 운영자 2014-08-28 4666
8 운영자 2014-07-18 5027
7 운영자 2014-05-31 6090
6 운영자 2014-04-21 5382
[1] [2] [3] [4] 5 [6]

copyright @ 도서출판 은하문명 all rights reserved. TEL : 02)737-8436 FAX : 02)737-8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