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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덕으로 해탈한다(1) - 깨달음의 한탕주의를 경계하며
  

그저께가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매년마다 석가 탄신일은 돌아오고, 그때마다 불교계에서는 성대한 거리행진과 갖가지 행사를 벌여 부처님 탄생을 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교가 오랜 세월을 내려오는 동안 외형적으로 화려해진 그 이면에서는 다른 종교의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부처님이 의도했던 본래의 가르침과 원뜻이 많이 훼손되고 변질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수행(修行)과 공덕(功德)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전국 사찰의 선방(禪房)이나 또는 산속 토굴에서는 나름대로 한 소식 해보겠다는 투철한 의지로 용맹정진하고 있는 수행자들이 많다. 나는 깨닫고자 하는 그들의 치열한 구도심(求道心)을 존중하며, 이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이런 수행자들이 그런 구도에 병행해서 필히 갖춰야 할 공덕을 짓는 일에는 다소 소홀한 면이 있지 않은가를 지적하고 싶다.

 

왜 수행자가 공덕을 쌓는 일이 중요한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얼핏 생각하기를,‘수행자가 열심히 수도만 잘해서 우선 깨닫는 것이 중요하지, 공덕쌓기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라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생각들은 불법(佛法)에 관한 대중들의 오해에서 비롯된다. 물론 올바르고 순수한 도심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고 보지만, 자칭 수행자들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이에 관해 오해하고 있다.

 

잘못된 수행관에 사로잡힌 이런 사람들은 대개 참선 수행이나 명상을 통해 한 순간에 확철대오(確哲大悟)만 하면, 모든 것이 성취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다. 그렇다보니 그들은 단 번에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중간 과정적인 것들을 생략하거나 무시한 채, 최종적인 깨달음에만 올인(All-in)한다. 이들은 일단 한 번 깨닫기만 하면, 지금의 모든 인생사의 괴로움과 번뇌가 한 순간에 날아가고, 대단한 신통력과 함께 모든 것을 초탈하는 지혜가 얻어지며, 자신의 과거생에 쌓은 모든 카르마()도 그 순간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일부 어떤 이들은 부모도 버리고, 배우자와 자식들과도 인연을 단절해가며 늦은 나이에 출가를 단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속세의 모든 인연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매정하게 끊어버리는 것이 구도자의 진정한 면모이고 득도(得道)의 지름길이라고 믿기도 한다. 또한 어떤 이는 수행을 대단히 신비주의화하고 수행을 한다는 자체를 자신이 일반 범부들과는 남 다른 근기(根器)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은근히 자부하기도 하면서, 심지어 평범한 신도들을 무시하려는 이들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깨닫게 되면 세속의 모든 것을 초월해 무()나 공()의 상태로 들어간다는 허황되고도 잘못된 관념적 해탈사상이 횡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찌 보면 수행자들이 빠지기 쉬운 이런 생각과 위험한 함정들은 마치 로또복권만 당첨되면 모든 인생고와 문제들이 단 번에 해결되고 즉시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다는 일반인들의 한탕주의적 생각과 유사하다. 따라서 수행자들의 이런 사고방식은 일종의 깨달음의 한탕주의또는 투기성 구도(投機性 求道)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단박에 깨치기만 하면, 즉시 부처가 될수 있다는 식의 선(禪)수행 풍조가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데 따른 한국불교의 잘못된 병폐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결코 불경에서 완전한 지혜가 단 번에 성취된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부처님은 오히려 해탈이라는 것이 끝없는 공덕행을 통해 선업을 쌓음으로써 세상을 모두 덮을 만큼의 큰 공덕이 쌓일 때, 비로소 나타나는 인간완성의 경지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진정한 의미의 수행이란 꼭 눈 감고 가부좌 틀고 앉아서 명상을 하거나 참선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우리 내면의 탐욕과 분노, 증오, 어리석음, 불안, 두려움, 독선, 교만, 집착, 오만, 이기심, 슬픔 등의 모든 부정적 마음과 감정들을 다스리고 내려놓은 훈련을 하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수행일 수가 있다. 이런 수행과 훈련은 오히려 조용한 산속이 아닌, 이 혼잡한 세상 속에서 다른 인간들과 부대끼는 과정에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것이 또 다른 진정한 수행인 것이다. 수행은 결코 1회성의 성취가 아니라 오히려 이렇게 계속적인 닦아나감과 내려놓음, 새로운 눈뜸, 비움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완성해가는 것이다. 명상과 호흡수련 등을 20~30년 이상 했다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기본적인 마음수양과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자세가 전혀 안 돼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꽤 있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뒷받침한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수행깨나 했다는 사람이 의외로 보통사람보다도 더 이기성과 에고가 더 강한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우리가 영적으로 깨닫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럼에도 수행과정에서 깨닫는 것만으로 카르마가 즉시 청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 한 가지 좋은 예를 들어 보겠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10대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자 수제자에 속했던 목련존자(木蓮尊者)는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한 깨달은 존재였고, 제자들 가운데 신통력이 최고였다. 그는 자신의 신통력으로 천상계를 왕래하며 그곳의 천인(天人)들에게 어떤 선업을 지어 천상에 태어났느냐를 물어보고 인간세상으로 다시 돌아와 사람들에게 그 답을 들려주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이런 신통력을 시기한 일부 적대세력이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서 강도로 위장하여 목련존자의 살해를 시도했다. 하지만 신통력이 뛰어난 목련은 강도들이 나타나자 6일 동안 자신의 신통을 이용해 허공으로 날아 피하거나 사라지는 능력으로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7일째 되는 날에는 이런 신통력도 전혀 무용지물이 되어 자신에게 다가온 재앙을 피할 수 없었고, 강도들에게 초죽음이 될 정도로 얻어맞게 되었다. 기절해서 의식을 잃은 목련이 죽었다고 여긴 강도들은 산 속에다 그를 버려두고 달아났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의식이 깨어나고 다시 잠시 신통력이 돌아와 뼈가 모두 부서져 버린 몸을 추스릴 수 있었으나,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임을 직감한 목련은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친견하러 찾아갔다.

 

이때 사람들은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한 깨달은 성자(聖者)가 어찌하여 이런 불행을 당하는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이를 부처님께 질문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목련이 전생(前生)에 지은 악업에 관한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목련존자는 오래 전의 과거생에 장님이었던 자신의 부모를 모시고 살다가 여자를 맞아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처음에는 눈 먼 부모를 잘 봉양하는 체 하다가 나중에는 노골적으로 시부모를 구박하며 함께 못살겠다고 늘 불평을 늘어놓곤 하였다. 그리고 이런 마누라의 심한 바가지와 등쌀을 견디다 못한 목련은 이때 장님인 부모를 친척집에 가시자며 속여 숲 속에다 갖다 버림으로써 결국 돌아가시게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생에 뿌린 악업의 씨앗이 발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이번 생의 그 불행한 순간에 과보(果報)로서 목련에게 나타났다는 것이 부처님의 설명이었다.

이런 목련존자의 사례에서 우리는 설사 우리가 어느 생에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카르마는 반드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결과로서 우리에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다. 비록 목련과 같은 최고의 신통력조차도 그것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다.(다만 이런 경우 목련존자는 이미 아라한과를 증득했고, 봉변과 재앙을 통해 남아 있던 전생의 카르마는 모두 청산되었으므로 더 이상 지구에 태어나지는 않으며, 상위차원계로 올라간다)

      

[인쇄하기] 2017-05-06 14: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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