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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중심리와 포퓰리즘(populism)의 고리
  

인간의 심리상태는 홀로 있을 때와 여러 사람 속에 섞여 있을 때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특히 수많은 군중 속에 있을 때는 분명히 달라진다. 이런 군중의 심리에 대해서 최초로 연구한 사람은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구스타브 르봉(Gustav Le Bon, 1841~1931)이다. 그는 이미 1895년에 자신의 뛰어난 저서 <군중 심리학>을 통해 군중의 심리상태에 관해 예리한 분석을 시도한 바 있다.

구스타브 르봉은 군중의 심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주요 특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1)단순화되고, 흥분하기 쉬우며, 성급하고, 충동적이다

2)이성적(理性的) 사고(思考)가 사라지고 판단력이 결여된다. - 이성은 군중에게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군중은 무의식적인 감정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다.

3)감성적 활동이 우세해지고 감정이 지나치게 과장된다 - 군중은 의심이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고, 언제나 감정적인 면에서 비관용적이 되며, 폭력이나 극단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4)군중 속에 있을 때는 개인의 지능이 낮아지고 감정이 완전히 바뀌는데, 이 바뀐 감정은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들보다 더 못할 수도 있고 나을 수도 있다 - 이에 따라 어떤 군중은 범죄자가 되기도 하고 쉽사리 영웅적이 되기도 한다.

5)군중은 (환상 같은 것에) 속기 쉬우며, 암시(暗示)에 크게 영향 받아 (리더나 강한 권위에 의해) 복종하기 쉬운 상태에 놓인다. - 군중 속에서 이런 복종하려는 욕구 상태가 되는 것은 교육 받은 자나 무학력자나 동일하다.

 

르봉은 말하기를, 이런 군중의 심리는 인류 역사상 크나큰 동인(動因)으로 작용하여 역사를 바꾼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예컨대 과거의 대혁명이나 폭동, 반란을 통한 국가의 멸망이나 건국 같은 사건들도 군중심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군중심리에는 긍정과 부정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또한 이런 군중심리는 반드시 어떤 정치적인 상황에만 국한해서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경제상황을 포함한 기타 모든 사회적 측면에서 그러하다. 단적인 예로 어떤 물건을 남이 사면 나도 산다는 식으로 이리 저리 한쪽으로 우루루 몰리는 경제심리도 일종의 군중심리이다. 

물론 100여 년 전의 무지하고 낙후된 대중과 어느 정도 의식이 성숙한 오늘날의 시민사회를 동일선상에 놓고 오늘날에도 르봉의 군중심리이론이 100% 맞고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한 예로, 최근의 우리나라 촛불시위는 과거에 비해 많이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허위로 드러난 과거의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광우병 난동사태나 과격일변도의 극단적 폭력으로 비일비재하게 치닫곤 하는 집단파업 및 시위 등에 대입시켜 볼 때, 그의 군중심리학 이론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군중심리 활용의 중요성을 일찍이 꿰뚫어보고 이를 가장 잘 이용해 온 것은 과거 나치세력과 공산주의자들이다. 오늘날에도 북한이 인민을 통치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대중에 대한 선전,선동술이다. 왜냐하면 군중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선전선동을 통해 대중을 장악하는 것이 전체를 지배하는 데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들이 의도하는 대로 그들을 끌고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대중선동가였던 나치 독일의 선전상 괴벨스는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대중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

()에게 맞서려면 대중의 한없는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심리학자 르봉이 처음 밝혀냈던 이런 군중심리현상에 연결되어 필연적으로 나타나기 쉬운 것이 바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즉 이는 대중들의 집단적인 흥분과 분노에 편승하고 영합해서 그들을 교묘히 선동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미 프린스턴대학의 정치학자 얀 워너 율러 교수는 이런 대중영합주의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민주주의의 원칙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기존 제도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를 대표하는 대표란 존재할 수 없다. 민주제도를 만든 시스템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정의’  ‘민주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민주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작년 말, 문재인 후보는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얼핏 듣기에는 국민들이 봉기해 폭력혁명을 통해 정권을 뒤엎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설사 그가 말한 혁명이 폭력혁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바로 이것은 명백한 포퓰리즘이고 대중의 분노를 이용하고 선동하는 발언이다. 문재인 후보는 법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엄연한 법치국가(法治國家)이고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의결기관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법을 함부로 무시하는 이런 위험한 발언을 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우며, 매우 적절치 않은 것이다. 같은 당 출신의 정세균 국회의장조차도 그의 혁명발언은 좀 과했다고 말할 정도이다. 한마디로 이런 언행은 대통령 후보로서는 지극히 경솔한 것이다.


그런데 비단 문재인 후보뿐만이 아니라 최근 대권주자들이 너도나도 급진과격발언으로 서로 경쟁하다시피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원순시장은 "서울대를 폐지하겠다."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를 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시장의 경우 이런 과격발언 덕분에 별로 눈에 안 띠던 그가 지지율 3위까지 치고 올라왔으니 이시장은 포퓰리즘을 통해 재미를 많이 본 셈이다. 그러나 심지어 사람을 죽인 살인 혐의자도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이 나와야 죄인으로서 감옥에 보낼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법체계가 아닌가? 더군다나 대통령은 내란죄외에는 재임중 기소를 할 수가 없다. 이어서 나온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그의 주장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유재산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게 될 법한 이야기인가? 이재명 시장도 법을 공부한 변호사출신이므로 이런 것들을 모를 리가 없다. 따라서 이 역시 명백한 포퓰리즘이다. 결국 이들의 발언보다는 온건하게 단지 박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정도로만 외쳤던 안철수 후보만 재미를 못보고 4위로 뒤쳐져 있게 되었으니, 그는 속으로 '나도 좀 더 과격하게 말할 걸'하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다른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뜻밖에도 다른 주자들과는 아주 대조적이게도 대중의 분노로 작두를 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것은 너도 나도  (마치 신들린 무속인들 마냥) 포퓰리즘의 작두에 올라타서는 나라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발언 한 마디에 필자는 문재인 후보와 같은 친노 그룹에 속해 있는 안희정 도지사를 새삼스레 다시 보게 되었다. 또 최근에 그는 "이미 (미국과의 국제간 합의에 의해) 결정된 사드배치를 존중하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이를 번복하는 것은 경솔한 짓이다. 전통적인 우방관계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소신있는 이런 그의 언행으로 미루어 볼 때, 비록 안지사는  나이는 젊은층에 속하지만, 비교적 내면이 깊고 성숙되어 있으며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다른 분들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없다고야 할 수 없겠으나, 한 인간의 자질은 때로는 말 한 마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날 수 있는 법이기에 이런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은 부패하거나 비리에 연루된 국가지도자에 대해 얼마든지 분노하여 비난하고 성토할 수 있으며, 이는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은 적어도 대중들의 분노에 올라타고 영합해서 그들을 선동함으로써 사적이익을 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일시적인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법과 기존질서를 함부로 무시하는 듯한 발언과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우려할만한 것이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국민 앞에 엄중하게 선서를 행한다. 이처럼 대통령은 헌법의 최고 수호자이다. 그런데 그런 막중한 책임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대권주자라는 이들이 단지 대중의 정서에 영합하여 가볍게 처신하고 헌법을 우습게 아는 듯한 말들을 마구 내뱉는다면, 과연 이들에게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이는 인간적 그릇이 너무 작은 것이고, 경박스럽고 중심이 전혀 잡혀 있지 않은 사람으로도 보일 수가 있다. 또 이런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장차 국가 전체를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만약 누군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국가의 먼 장래를 내다보지 않고 제 임기 동안의 국민들의 인기와 지지율만 의식하여 늘 포퓰리즘적이고 즉흥적인 정책만을 남발한다면, 과연 나라의 장래가 어찌될까? 그 결과는 우리가 외국의 정치지도자들의 사례들에서 이미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었다. 즉 포퓰리즘 정치는 임기시에 오직 대중적 인기에게만 영합하다가 오늘날 심각한 위기에 처한 중남미 국가들이나 유럽의 그리스처럼, 우리나라 경제를 거덜내어 전체가 망하는 길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미 벌써 그런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1400조를 넘어선 상황임에도 문재인 후보는 국민세금을 쏟아부어 공무원 174,000개를 포함해 공공부분 일자리 81만개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권 이래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군 징병제 폐지 및 모병제로의 전환, 복무기간 단축" 같은 정책도 대표적 안보 포퓰리즘이다.  얼마 전에 여권 대권주자라는 남경필 경기지사도 아직은 시기상조인 이런 유사한 주장을 들고 나왔었다. (이어서 최근 문제인 후보도 군복무 기간 1년으로 단축, 이재명시장은 10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때문에 그 역시도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포퓰리즘적 발언이나 정책은 대중들이 들을 때는 아주 달콤하고 매력적이다. 우선은 대중들을 편하게 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당장의 욕구를 채워주고 이익을 가져다주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포퓰리즘은 후보자 개인에게 표라는 사적 이익을 가져다 줄지는 모르나, 국가의 장래나 안보라는 거시적이고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는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포퓰리즘적 정치인들은 철저한 기회주의자들에 불과하며, 아직 한 국가를 경영하기에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이들이다.


최근 프란체스코 교황 역시도 미국과 유럽에서 득세하고 있는 포퓰리즘이 과거의 히틀러와 같은 지도자 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렇게 우려를 표명했다. "사람들은 위기가 닥치면, 판단력을 잃고 (우왕좌왕하며) 자기들을 지켜줄 구원자를 찾는다. 히틀러는 권력을 훔치지 않았다. 히틀러는 엄연히 국민에 의해 선출됐지만, 그후 국민들을 파멸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소위 대권주자라는 사람들의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하며 표를 의식한 그들의 교묘히 계산된 말 한 마디에 현혹당하거나 군중심리에 의해 이리저리 휩쓸려서는 곤란하다. 어느 나라의 국민이든 그들은 그들의 의식수준에 걸맞은 국가 지도자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지도자들만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국민 스스로 먼저 똑똑해져야 하고 현명해져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대한민국을 올바로 이끌 위대한 지도자, 지혜로운 지도자를 갖게 될 것이다

- 어리석은 국민은 필연적으로 그들 수준에 맞는 우매한 대통령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인쇄하기] 2017-01-06 23: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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