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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선과 오만의 함정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거센 광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경제도 어렵고 북의 핵 위협도 있는 마당에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뜻있는 이라면 누구도 나라의 앞날이 심히 걱정될 것이다. 필자 역시 그러하다. 어찌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를 깊이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그 결론은 최순실이라는 대통령 측근 한 여자의 불법적이고 방약무인한 전횡(專橫)에 앞서서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사실 이런 부분은 불통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오래 전부터 야당쪽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것으로서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다.


독선이란 내 생각과 판단만이 절대로 옳고 나만 깨끗하고 선하며 의롭다는 믿음과 그런 바탕 위에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독선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연히 오만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만이 옳고 의롭다고 철저히 믿다보니 주변의 그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의 문제제기나 비판에 대해서는 무조건 자신을 흔들거나 딴지를 걸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독선에 사로잡힌 사람은 권위적으로 모든 것을 제멋대로 처리하며, 그 누구의 비판에도 자기 고집을 철회하는 법이 거의 없다. 게다가 인간의 신의나 도리, 법()과 상식, 순리는 적당히 무시해도 상관없다고 믿는다. 자신이 옳으니 그런 것들이 다 합리화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고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런 인간들의 주요 특징은 자신만이 옳고 의롭다고 과신하다보니 남을 희생양으로 삼아 비방하고 깍아내리는 데는 주저함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에 자신의 과오나 실수, 부도덕함에는 관대하고 또 제 이익 챙기는 데는 누구보다 철저하다

 

이런 독선과 교만은 비단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라 영적인 추구를 한다는 영성인들도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소위 자칭 영성인이나 영성 단체, 그룹들 중에는 우리만 옳고, 우리만이 특별히 선택받은 존재들이며, 우리가 대단한 사명을 수행하고 있으니 자기들만이 구원되거나 상승되리라고 믿는 부류들이 꽤 있다. 심지어  어떤 인간들은 한 술 더 떠서 자신의 그릇된 믿음과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려고까지하고, 또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을 탄압하고 박해하려고까지 한다.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 기독교의 이단교파 대량학살은 이런 식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자아도취적이고 독선적인 생각들은 단지 착각이고 과대망상일 뿐이다. 이는 모두 저급한 에고가 파놓은 함정에 농락당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 같은 사람들 역시도 마찬가지이며, 아무도 그런 함정의 유혹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 누구도 에고의 함정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위험성에 노출돼 있는 것이 나약하고 불완전한 우리 중생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이든, 영성인들이든 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영혼의 겸손함과 순수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든지 에고에 의해 놀아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에고의 덫에 걸려드는 순간, 그 즉시 하향나선을 타고 급격히 의식이 추락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박대통령은 자기 동생들은 자신에게 접근하거나 비리에 연루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했으면서도 최순실만은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자신이 외롭고 어려울 때 수족처럼 모든 것을 돌봐주고 도와주었으니 사심 없이 모든 것을 해주리라고 생각만 했지, 그녀가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특혜와 방자한 행동을 일삼으며 뒤에서 엄청난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은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박대통령의 순진한 단세포적 사고(思考)와 사적인 친분 및 인연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방심, 그리고 주변의 쓴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독선적인 교만이 오늘날의 사태를 불러온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박대통령이 독선과 아집이 강하다는 것은 동생 박지만 회장이 2012년 대선 직후 "최순실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자, "왜 사람을 모함하느냐?"라고 오히려 나무라면서 동생들과의 관계가 멀어졌다는 사실에 의해서도 뒷받침 된다.

 

이것은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너무도 무지하고 어리석다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한 개인의 어리석음은 한 집안의 불행으로 끝나고 말지만, 국가 지도자의 어리석음은 한 국가 전체를 치명적인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왜 몰랐다는 말인가? 박대통령의 이러한 독선적 성격은 아마도 전생(前生)의 습()에서 연유된 것을 보인다. 또한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30%대의 확고한 지지층에 너무 자만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녀가 과거생의 귀족적인 습성으로 인해 백성을 단지 다스려야하는 통치의 대상으로만 보던 과거의 습성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면, 이는 큰 문제이다. 민주주의 시대에 백성은 일방적으로 다스리는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늘 소통하며 오히려 주인으로 떠받들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박대통령 주변에는 몸을 사리지 않고 과감하게 쓴 소리(苦言)와 입 바른 직언(直言)을 할 수 있는 올곧은 보좌관이나 장관이 단 1명조차도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그런 인물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어쩌면 이런 사태는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그녀 주위에는 좋은 소리로 비위나 맞추고 굽실거리기나 하는 자들, 또는 안종범 수석 같이 제가 먼저 알아서 기는 과잉충성파들만이 북적거리고 있었다는 것이 비극이었다. 그리고 이런 부류 인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상황이 불리하게 바뀔 경우, 제 목숨부터 살고자 가차 없이 자신을 키워준 상전을 배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또한 박대통령의 한계이자 자업자득이니 어찌 하겠는가? 왜냐하면 앞서의 칼럼에서 언급헀듯이, 박대통령은 사람 보는 눈이 없다보니 이제까지 우선 자신에게 비위나 맞추는 (간신배) 속성의 인물들만 주로 선택해 썼던 까닭이다.

 

이제 어린 중고등 학생들을 포함한 그 누구든 쉽게 박대통령에게 손가락질하며 조롱하고 돌을 던질 수 있는 상황에 와 있다. 그렇다보니 과격한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고 정치인들이 대통령에 대한 막말과 당장 구속하라는 식의 강경 주장을 할 수록 인기를 얻는 묘한 풍조가 조성되고 있다. 물론 일반 국민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권리가 있다. 또한 박대통령은 그 돌에 무수히 맞아도 싸다고 생각될만큼 큰 과오를 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같은 대권후보들이 핏대 올려가며 당장 하야를 주장하는 것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사태를 이용하여 그 반사이익을 통해 자신을 부각시켜보려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오버 액션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유치한 오산이고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다. 독선과 오만의 위험성은 반드시 현 박대통령에게만 해당되지 않으며, 대권후보군 모두에게, 그리고 이미 정권을 손에 넣은듯이 점령군 행세를 하려는 야당에게도 똑같이 그 가능성이 적용됨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과거 민주화 운동 좀 했다는 운동권 출신 야당 정치인들에게 이런 성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 대권후보들 가운데 감히 그 누구도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만은 비리에 연루되지 않고 레임덕(Lame duck)에 빠지지 않는다고 결코 장담할 수가 없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도덕성의 우위를 그토록 장담했던 노무현 정권조차도 측근비리에 휘말려 결국 비극으로 파국을 맞지 않았던가? 대통령은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자리이다. 고로 늘 겸손하게 몸을 낮추는 것만이 순리이다. 남의 허물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며 매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가 "너희중에 진정으로 죄없는 자만이 저 여자를 돌로 쳐라"고 했듯이, 그 타인의 허물을 통해 자기 눈 속의 들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런 노력을 하는 성숙된 영혼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적어도 이런 정도의 인간적 그릇을 갖춘 큰 인물이 되어야 하리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는 이번 사태를 통해 독선과 오만이 어떻게 공인으로서의 한 인간을 불행과 비극으로 몰아넣고 더 나아가 나라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 기회에 낡은 시대의  어두운 모든 권위적이고 관행적인 부패들이 심판받고 깨끗이 청산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재 일반 국민들과 대다수 서민들은 경제불황 속에서 생존 자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고, 각종 빚더미에 눌려 허덕이는 상황에 놓여 있는 이들도 부지기수이다. 이런 사람들이 느끼는 실망감과 허탈감, 배신감을 그 무엇으로 달래줄 수 있을까? 그러니 어찌 보면 박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일부 사람들 입에서조차 현 사태에 분노하며 하야하라는 요구까지도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녀는 보수층에게조차 자신의 독선과 오만,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인해 크나큰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다 주었다. 또한 청와대의 국가문서들을 외부로 유출시킴으로써 대통령인 본인 자신이 국기문란의 장본인이 되었고, 최순실의 꼭둑각시 노릇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밑바닥에다 추락시켰다. 이제 역사에 영구히 새겨질 그 치욕적 오명을 어찌 씻을 것인가? 설사 하늘의 사명을 주었더라도, 지금은 "모사재천 성사재인(謀事在天 成事在人)의 시대라, 인간의 오만과 어리석음으로 모든 것을 망쳐버릴 수 있으니 그것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법 앞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만인이 평등한 것이다. 고로 만약 최순실 비리에 대통령이 직접 연루돼 있음이 드러난다면, 마땅히 박대통령 역시 조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비리와 죄상이 드러날 경우에는 감옥에 갈 각오까지도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이 사태로 인한 국정중단과 마비라는 국가적 혼란과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 이런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은 중대한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일구어낸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 민족이다. 부디 하루빨리 현재의 난국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한민족이 하나가 되어 도약할 수 있는 통일의 새로운 전환기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인쇄하기] 2016-11-03 18: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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